웹사이트 마케팅 영월 망경산사 메주 빚던 날

이상학 0 9 03:13

웹사이트 마케팅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자락의 꼬부랑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한 뼘의 평지. 일주문도 따로 없는 소박한 사찰 망경산사다. 풍경소리가 살랑살랑 흩어지는 경내 곳곳에 마지막 가을 빛깔이 남아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은은히 새어나오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양간 안쪽에 걸린 두 개의 커다란 가마솥에 담긴 콩이 활활 피어오르는 장작불 위에서 끓고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망경산사의 밥상. 스님들은 매년 이맘때면 밥상의 근본인 장의 재료가 될 메주를 만든다.
한 손이라도 거들고 싶어 지난 7일 1박2일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대여섯명의 봉사자들이 공양간 아궁이 불을 지피고 점심 공양에 낼 국을 끓이고 있다. 대웅전 뒤편 작업장에선 단양 달팽이텃밭에서 온 8명의 외국인 우퍼(농장을 찾아가 농사일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메주를 빚고 새끼를 꼬아 메주를 묶고 있었다. “메주 벌써 다 만들었나요”라는 지각생의 설레발에 스님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점심공양부터 하라”고 다독인다.
수확한 콩을 꼬투리에서 털어내고 고르는 작업부터 치면 2주 전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올해 빚을 메주는 모두 콩 6가마(가마당 80㎏) 분량. 1가마당 50개 안팎의 메주가 나온다. 가마솥 하나에 반가마씩 콩을 나누어 담고 8시간은 족히 삶아야 한다. 불 위에 올려두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콩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뚜껑에 수건을 둘러 물을 한바가지씩 부어줘야 한다. 또 한번씩 뒤적여 줘야 전체적으로 고르게 익는다. 자그마한 몸집의 스님은 가마솥 뚜껑을 열더니 큼직한 주걱으로 콩을 슥슥 뒤적였다. 스님의 손놀림은 쉬워 보였지만 막상 주걱질을 해보니 장정들도 끙 소리를 내야 할 만큼 만만찮은 작업이다.
콩을 뜸들이는 동안 다들 모여 앉아 평상 위에 수북이 쌓인 콩꼬투리를 깠다. 익기 전에 수확해 조금은 무른 메주콩으로, 스님은 겨울 동안 밥을 지을 때 섞어 쓸 요량이라고 했다. 자칫 묵묵하고 지루한 작업이 될 뻔했지만 각국에서 몰려든 우퍼들의 수다 덕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부부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프랑스에서 온 참가자들이 털어놓는 연애사가 이어졌다.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 3시간 남짓 부지런한 손놀림 끝에 누르스름한 콩이 두 소쿠리 가득 채워졌다.
저녁을 간단히 먹은 뒤 메주만들기가 이어졌다. 예전엔 절구나 연자방아로 찧은 콩을 틀에 넣고 일일이 손으로 모양을 잡아야 했지만 삶은 콩을 넣으면 콩을 으깨서 모양을 잡아주는 메주성형기를 사용하고 있어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기계에서 나온 콩덩이를 바닥에 여러 차례 내리친 뒤 손으로 두드리고 다져 모양을 잡으면 완성이다. 1시간가량 작업하자 1가마 분량의 메주가 완성됐다.
기계 덕분에 메주만들기는 수월해졌지만 볏짚으로 메주를 엮어 새끼를 꼬아 묶는게 만만치 않다. 손 위에 볏짚을 올려 비벼보니 부스러질 뿐이다. “양파망에 넣어서 말려도 되지 않을까요” 하는 누군가의 질문에 “짚에서 발효를 돕는 물질이 많이 나온대요”하는 답변이 따라붙는다. 10여분 가까이 씨름해도 좀체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왼손 바닥을 몸쪽으로 당기고 오른손을 덮어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리듬을 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양손 엄지에 힘이 들어가 자꾸 볏짚을 쥐려 한다.
“힘을 빼고 그냥 내맡겨 보세요. 볏짚을 쥐려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비비면 단단히 꼬아집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네 인생도 새끼 꼬기와 다를 바 없다. “스님. 메주 하나 못 묶고… 밥 먹을 자격이 있을까요.” 저지레 치는 것보다는 낫겠지. 자괴감을 안고 공양간에 앉아 약밥에 쓸 대추 속을 가르고 물을 길어 나르고 큼직한 소쿠리를 씻은 뒤 낙엽을 쓸었다.
이튿날인 8일엔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메주만들기 체험을 위해 사찰을 찾았다. 전국 158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맛있다고 소문난 밥상도 인기에 한몫했다. 경내에 자라는 수백종의 산나물에 스님들의 정성스러운 손맛, 아름다운 풍광까지. 5명의 스님이 선농일치 수행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작은 사찰에 사시사철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주지 하원 스님은 “장 담그기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청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고 인내와 정진의 미덕을 배우며 일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들의 염원이 담긴 행위”라며 “그런 공동체의 정신을 많은 분들과 나눌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신라 시대 돌로 쌓은 석축성 성벽 중 가장 빠른 시기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벽이 대구 팔거산성에서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대구 북구청과 함께 실시 중인 대구 북구 팔거산성 3차 발굴조사에서 이런 성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인 팔거산성은 함지산 정상부(해발 287.7m)에 위치한 테뫼식(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둘러싼 형태) 산성이다. 신라가 고구려·백제와 각축전을 벌이던 5세기쯤 신라의 수도 서라벌(현재 경주 일원)의 서쪽에 세운 군사요충지였다. 팔거산성은 대구를 동서로 흐르는 금호강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점을 조망할 수 있게 지어져 달구벌(현재 대구)을 통해 서라벌로 진입하는 외적을 막고 남쪽 가야로의 진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이곳에서는 2021년부터 발굴조사를 시작했으며, 1·2차 발굴조사에서는 물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목조 집수지, 글씨를 쓴 나무 조각인 목간 등이 발굴됐다.
지난해 9월 시작한 3차 발굴조사에서는 길이가 50m에 이르는 성벽이 추가로 발굴됐다. 이 성벽은 신라 때 먼저 지어진 성벽 위에 고려 때 개축된 성벽이 더해져 있다. 이 중 고려 때 개축된 성벽은 대부분 무너졌으나 신라 때 먼저 쌓은 성벽은 형태가 남았다. 신라 때의 성벽은 산의 경사에 돌과 흙 무더기를 쌓는 방식으로 약 40도의 기울기를 줘 완만하게 하부를 쌓고, 이를 통해 평평해진 상부에 수직에 가까운 돌 성벽을 추가로 쌓는 식으로 지어졌다. 이런 건축 양식은 6세기부터 지어진 석축성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며, 5세기에 지어진 대구의 달성토성처럼 흙으로 만든 성의 건축 양식과 유사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통해 팔거산성이 신라 석축성의 초기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신라의 석축성인 충북 보은 삼년산성이 470년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있지만, 건축 양식은 6세기 석축성과 비슷해 건축 시기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목조 집수지의 연대 추정을 통해 건축 시기가 480년 전후로 추정되는 팔거산성의 성벽은 발굴돼 육안으로 확인된 성벽 양식 중 가장 빠른 시기의 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팔거산성의 신라 때 성벽 하부는 하부 2.3~2.7m 간격으로 서로 다른 성질의 돌이 쌓여 있기도 하다. 이번에 확인된 구획선만 14개인데, 성곽을 지을 때 동원된 집단들이 각자 구간을 나눠 일종의 ‘책임시공’을 하면서 구획이 눈에 띄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성벽에는 자색이암과 응회암 등 색이 조금씩 다른 돌들이 쓰였는데, 모두 함지산 곳곳에서 쉽게 캐낼 수 있는 것들이다.
국가유산청은 북구청과 추가 조사를 통해 발굴조사의 성과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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