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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상위노출 이주노동자 살리려다 2년형, 그리고 출소…“살려달라는 절규 여전”

이상학 0 6 11.11 20:20
웹사이트 상위노출 대구 달성군의 한 공단에서 생산총괄로 일하는 김모씨(43)는 2023년 8월25일, 여느 때처럼 오전 6시 출근해 통근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생산총괄과 함께 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는 일도 맡고 있었다. 읍내 사거리에 이르자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 올라탔다. 편의점에서 산 빵이나 우유를 손에 든 노동자들이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김씨에게 인사했다. “형님, 저 어제 술 많이 먹었어요.” “부장님, 오늘 배 아파요. 5시에 집 가면 안 돼요?” 노동자들의 투정에 김씨는 “월급날 괜찮겠어?” 하고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김씨는 잠시 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혐행범으로 체포됐다. 김씨가 몰던 통근버스를 출입국사무소 단속차량이 가로막았고 “부장님 살려주세요”라는 동료들의 아우성에 김씨는 가속 페달을 밟고 말았다. 이주노동자 36명을 태운 버스는 이내 붙잡혔다.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김씨는 지난 3월 출소했다. 달성군의 다른 공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 김씨를 지난 8일 만났다. 동생 같던 이들이 사라진 일터에 홀로 남은 김씨의 시간은 여전히 2년 전에 멈춰 있었다.
김씨의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고 했다. 식당도, 시장도, 논밭도 모두 타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김씨가 20여년 이어온 업을 지켜주는 이들도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새벽에 출근해 10시간씩 서서 만든 부품들로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소비하고 생활하는 흐름에 맞춰 지역경제가 유지됐다.
김씨는 “불법체류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3D 업종’이라며 피하는 일,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김씨는 하루 20시간씩 붙어 지내며 월급날이면 “형, 소주 먹어요” 하고 쫓아오는 이들을 ‘동료’라고 불렀다.
이들에게 ‘추방’은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었다. 김씨가 지켜본 이주노동자들은 최소 3000만~5000만원의 빚을 내고 한국에 왔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인 이들은 월급을 받으면 ATM 기계로 달려가 고향에 돈을 보내곤 했다. 김씨는 단속으로 추방된 뒤 고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빚을 떠안은 채 전전하는 이들의 소식을 들었다. 단속반에 붙잡혀 수갑을 찬 채 “형님, 괜찮아요” 하고 애써 손을 흔들던 동료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래서 2년 전 통근버스를 가득 채운 “살려달라”는 애원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씨는 “얘들은 그냥 자기 나라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거다. 말 그대로 생존 문제”라고 했다.
김씨가 수감돼 있던 동안 그의 두 자녀는 각각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정권도 바뀌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지난 4일, 김씨의 일터에서 멀지 않은 대구 성서공단에선 25세 베트남 이주 여성이 단속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주 APEC 개최를 앞두고 실시된 정부 합동단속 때였다. 숨진 청년은 3시간 동안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월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사람들이 수갑 차고 끌려갔을 땐 국민들이 인권 침해라고 화냈잖아요.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일터에서 엘리트들이고 한 집안의 가장인데 왜 이 목숨엔 사과하지 않냐고요. 단속하는 공무원들이 문제가 아니에요. 윗사람들이 책임지고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김씨가 말했다.
김씨는 출소 후 계약직으로 작은 공장들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다시 관리직으로 오라”는 제안이 더러 있었지만 거절했다. “괜히 정 줬다가 상처받는 것보단 외로운 것이 낫다”며 김씨는 홀로 일하기를 택했다. 묵직한 기계음만 들리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면 등 뒤에서 “부장님 살려주세요” 하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 ‘살릴 방법이 정말 없을까’ 하는 미련에, 김씨는 여전히 그날의 외침을 잊을 수 없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2·3 내란 방조 및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재판장인 이진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놓고 “저도 피해자”라고 변명하는 전직 국무위원에게는 “그렇게 말하는 게 적절하냐”고 추궁했다. 모름지기 내란 재판은 이렇게 엄중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전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소환 통보를 늦게 받았고, 자신이 기소된 사건의 증거조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며 “불출석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저희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며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고, 변호사비도 들고, 법정에도 나왔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부장판사는 “법적 책임을 떠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하냐”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전 공판 때는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은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한 전 총리를 추궁했다. 한 전 총리에게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라고 특검에 주문하고, 첫 재판부터 생중계를 허용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참담한 진실을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했다. 이달 중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일찌감치 못 박고,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추가 증거 신청도 엄격히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건 진행과 관계없이 선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5개월 앞서 재판이 시작된 윤석열 사건보다 먼저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차대하고 역사적인 재판은 이 부장판사처럼 투명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요, 국민 눈높이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군사반란 재판도 그렇게 진행됐다. 윤석열 사건을 심리하는 지귀연 재판부의 한없이 무르고 더딘 재판 진행과는 천양지차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탈레반 정권의 여성 스포츠 금지 이후 사라진 아프가니스탄 여성 축구가 4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친선대회 ‘피파 유나이츠: 위민스 시리즈 2025(FIFA Unites: Women’s Series 2025)’를 통해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Afghan Women United)’가 첫 경기를 치른 것이다. 원래 이번 위민스 시리즈 대회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아프간 선수단의 입국이 거부되면서 모로코로 개최지가 변경됐다. 모로코 왕립축구협회는 “이 대회를 통해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지지한다”며 대회를 유치했다.
[플랫]4년 만에 국제무대 복귀한 아프간 여성 축구팀…“여성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
지난 10월 26일 모로코 베레시드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는 아프리카 차드에 1대 6으로 패했다. 하지만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는 마노즈 누리가 초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자 벤치와 관중석에서는 눈물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결과는 대패였지만 아프간 여성들에게 이날 경기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범죄’로 규정된 축구를 공인된 무대에서 다시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해방의 상징이었다. 주장 파티마 하이더리는 서남아시아 대표 언론 알자지라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단 하나, ‘뛰는 자유’였다”며 “우리는 단지 선수로서가 아니라 아프간 여성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더리는 “이 골은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우리에게 축구는 생명과 같다”며 “조국 하늘 아래에서 공을 찰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 폴린 해밀 감독은 “선수들은 오랜 시간 두려움 속에서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 용기가 전 세계를 향해 드러난 날”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FIFA는 지난 5월 여성 난민 선수들로 구성된 ‘아프간 여성 난민팀(Afghan Women’s Refugee Team)’ 창단을 승인했다. 7월 시드니에서 열린 선발 캠프에는 전·현직 대표 선수들이 참가했다. 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이것은 단지 한 나라의 복귀가 아니라 스포츠가 억압을 넘어설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후 FIFA는 선수단과 협의를 거쳐 팀 명칭에서 ‘난민’을 삭제하고,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라는 공식 명칭을 확정했다.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여성의 스포츠 활동은 거의 다 금지됐다. 여성들은 경기장 출입은 물론 체육 활동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해 국가 내에서 공식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당시 아프간에는 여성 축구선수 25명이 정식 계약을 맺고 있었으나, 탈레반 정부가 ‘여성 스포츠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출전을 전면 금지하면서 팀은 해체됐다. 이후 선수들은 호주 등으로 탈출해 망명 상태에서 축구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FIFA, 국제크리켓위원회(IC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등도 망명 중인 아프간 여성 선수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플랫]누군가에게 올림픽은…아프간 여성선수 손에 들린 ‘교육, 우리의 권리’


아프간 여성들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아프간 여성의 인권 탄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로비나 무키마르는 히잡을 쓰고 달리며 여성 스포츠의 상징이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육상대표 메흐보바 아흐디야르는 끊임없는 위협 속에 결국 유럽으로 망명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브레이크댄서 마니자 탈라시가 난민팀으로 출전해 ‘Free Afghan Women’이라는 문구가 적힌 망토를 입고 무대에 섰다. 자키아 쿠다다디(태권도)는 억압을 뚫고 국제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이 축구를 한다는 것은 취미나 운동을 넘어선 일이다. 전통과 종교, 가족과 사회가 정해놓은 경계선에 도전하는 행위이자 ‘존재의 선언’에 가깝다.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에서는 여성 축구선수들이 사회변화를 향한 뚜렷한 진전을 이끌고 있다.
나이지리아 중북부 꾸와라는 이슬람 율법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곳이다. 모델 퀸스 풋볼 아카데미 소속 10대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비난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17세 마리암 무함마드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더러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라 말하지만 나는 큰일을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무함마드의 어머니 케힌데는 지역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는 팀 유니폼 색깔에 맞춰 맞춤형 히잡을 만들어주며 “이게 신앙을 지키면서 운동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19세 바시라트 오모토쇼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훈련을 자주 빠진다. 그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연습 시간에 팀이 지나가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을 돕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감독 무이히딘 압둘와합은 부모들을 찾아다니며 “단정한 복장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설득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은 딸이 운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변화의 징후는 있다. 나이지리아 여자프로축구리그(NWFL)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리그 관중은 35%, 시청률은 40% 상승했다.
이집트에서도 여성 축구는 오랜 시간 ‘금기된 영역’이었다. 알 아흘리, 자말렉 같은 명문 구단이 남성 중심 전통 속에서 여성팀 창단을 망설인 시절 소녀들은 골목길에서 외롭게 공을 찼다. 카이로 출신 아미라 무함마드는 “우리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그저 축구를 좋아해 뛰었다”며 “이제야 그 꿈이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이집트 여자프리미어리그가 처음으로 전국 방송에 중계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방송사 ‘온 스포츠’가 경기 중계뿐 아니라 분석까지 제공하면서 여성 축구는 공적 담론의 장에 들어왔다. 알 아흘리와 자말렉 등 대형 구단들이 FIFA 규정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힘입어 여성팀을 정식으로 창단했다. 알 아흘리 코치 아야 압델 하디는 “예전엔 딸이 축구를 하면 수치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등록시킨다”며 “텔레비전 중계가 사회 인식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지도자 야스민 야세르는 “내가 롤모델이 돼 부모들이 딸의 가능성을 믿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세훈 기자 shk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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